아들이 울었다.
공부가 하기 싫은데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있었을 것이다.
본인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게임이나 책 읽기를 하며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불안과 불만이 함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제어하며 현재 내 위치에서 해야할 것을 먼저 하는 것, 어렵다.
어른에게도 어려운데, 중1에겐 말해 뭐하나.
어렵기 때문에 옆에서 도와주는 것,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게 어렵다.
자율성을 키워주며 살짝 숟가락 얹는 식으로 조언하는 엄마가 되는 거, 어렵다.
학교 갔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
슬쩍 수학을 하는 듯 싶다가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책을 펼쳤다.
2시간은 본 것 같다.
영어를 슬쩍 하는 것 같더니 1984 책을 펼쳤다.
끝까지 다 읽고 멍.
1984는 2~3번 더 읽어야겠다고 한다.
영어 단어를 좀 보는 것 같더니 매트에 누워 뒹굴 뒹굴.
뒹굴 뒹굴 데구르르~
핸드폰을 보며 뭔가 찾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저녁 9시가 되었다.
오늘 플래너 상황을 물었더니, 아직 다 못했단다.
얼른 하라고 얘기하고 나는 설거지, 빨래 정리를 했다.
욕실에서 씻고 나오니 10시쯤.
아들이 하는 말
"엄마, 나 양치하고 자?"
그냥...
"그래, 얼른 자자."
라고 말했어야했을까?
"아니, 플래너 갖고와서 앉아."
"플래너 안 썼는데."
.
.
.
매일 쓰는 플래너를 안 썼다.
집에서 한 공부가 거의 없다.
해야 할 공부가 덜 되었는데 그냥 잔다.
왜???
그래서 구구절절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 하다보니, 오늘 공부를 안한 것은, 그냥 하기 싫어서.
그리고 우리 둘은 서로 안아줬다.
"그래, 그냥 하기 싫은 날도 있지.
엄마도 설거지 하기 싫은 날 있어.
그래도 그냥 해.
엄마도 빨래 정리 하기 싫어.
그래도 그냥 해.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재밌게 하려고 의미 부여 하기도 하고, 노래 부르면서 하기도 해.
어떻게 하면 더 빨리되나 생각하며 최대한 빨리 끝내보기도 해."
"엄마, 그냥 위로만 해주면 안 돼?
엄마 이야기는 나는 이렇게 하니까, 너도 이렇게 해. 라고 들려"
"미안해, 우리 아들.
엄마가 사랑하는 마음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한건데,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였네.
그래서 꼰대라는 말을 듣게 되나봐.
네 마음 말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서로 안고 있었다.
그래서 몰랐다.
아들이 얼만큼 울고 있는지
한참 뒤에 보니, 콧물이 줄줄 턱 아래로 고드름처럼 주렁주렁.
콧물이 춤을 추고 있다.
아들과 한바탕 웃었다.
세상사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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