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여러대의 선풍기 중 그래도 가장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선풍기가 삐그덕댄다.
삐그덕거리는 선풍기의 주인공은 스테나 선풍기이다.
14만원 정도 주고 2~3년쯤 전에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모터가... 굉장히 좋고... 열 발생이 최소화되어 열손실이 거의 없고... 회전 날개가... 6개? 8개? 상하좌우 회전이 되고, 모양도 심플하니 이쁘고...
제작년 여름, 아주 잘 사용했다.
정말 조용하고, 이쁘고, 하루종일 틀어놔도 헤드 부분이 뜨거워지지 않더라.
게다가 다른 선풍기에 비해 바람도 더 시원한 듯했다.
작년 여름, 아주 잘 사용하다 어느날부턴가 선풍기 회전시 소음이 약간 들리는 듯 했다.
소음의 원인이 무엇이엇을까?
추측컨데, 자기 키만한 인형을 껴안고 침대에서 잠을 자던 아들이 잠결에 인형을 휘둘러 선풍기를 가격한 것 아닐까.
아니면 기다랗고 무거운 발로 잠을 자던 중 선풍기를 한 대 쳤던가.
그렇게 두 여름이 지났다.
올 해 여름, 선풍기를 꺼냈다.
작년에도 이 소음이었던가?
소음이 더 커졌나?
소음은 회전시에만 들린다.
굉장히 거슬리는 소리다.
스테나 AS 문의를 했다.
매우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셨다.
AS 절차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한 군데 있었지만 (선풍기를 직접 택배 포장해야 한다는 점. 그러니까 선풍기가 들어갈만한 크기의 상자를 찾아야한다는 점!)
수리가 가능하다는 게 어딘가~
선풍기를 넣을 상자가 나타났다!
(수박을 택배로 받았는데, 세상에~ 수박 택배 상자가 엄청 크더라는)
선풍기를 분해했다.
(분해 영상을 AS 센터에서 보내주셨는데, 그것보고도 분해를 못하는 나란 사람... 전화까지 해서 설명해주시더라는~)
수박 상자에 선풍기를 넣고 충전재로 채웠다. 택배 배달 중 굴러다녀도 선풍기가 깨지지 않게 말이다.
(2주 동안 여러가지 충전재들을 모았다. 뽁뽁이들 말이다. 나는 뽁뽁이가 나오면 칼같이 정리하는 사람인데 2주 동안 뽁뽁이들을 모으니... 왠지 집이 너저분해진 듯한 기분이었다.)
선풍기 AS 센터에 연락해서(이메일) AS 진행해달라 요청했다.
택배 기사님께서 방문해 수거해가셨다.
10일쯤 뒤, AS를 완료하고 수리된 선풍기를 발송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놀라운 점은 품질보증기간이라 수리비가 무료라는 점이다.
왕복택배비까지 무료라니!
(보통 전자업체의 보증기간이 3년인가? 3년 안에 고장나면 수리비가 무료인걸까? 아니면 스테나 선풍기 업체는 그만큼 제품에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인걸까?)
마침에 수리된 선풍기를 받았다. 기대반 걱정반인 마음이랄까.
충전재 분리수거물이 한가득이다.
부품을 꺼내 조립했다. (물론 조립은 아들이^^;;)
와우!
조용하다!!!
(수리 보내기 전보다 살짝 더러워진 부분이 있긴 하더라.)
감사한 마음에 이메일을 보냈다. (잘 받았네~ 고맙네~ 등등의 말)
1주일이 지났다.
스테나 선풍기에 다시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수리보내기 전과 비슷한 정도의 소음이 난다.
소음의 위치는 알것 같다.
헤드 부분의 무게중심이 앞부분이라, 회전시 앞 연결 부분의 금속끼리 살짝 눌리며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무게추를 헤드 뒷부분에 달면 소음이 줄어들겠지?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매우 거슬리게 들렸던 소음이었는데, 같은 소음인데도 지금은 그냥 그려려니 하며 듣고 있는 중이다.
AS가 가능한지 정보를 찾아보고, 선풍기를 분해하고, 택배 포장을 하고, 다시 조립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까?
내가 노력했던 게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관대해진걸까?
AS를 해도 별 수 없다는 걸 확인해서인걸까?
사람의 마음은 바꾸기 매우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느 순간 확 바뀌기도 한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데, 나는 언제 그런 경지에 오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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