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아들의 담임선생님을 보며

by jutalk 2024. 7. 23.

아들이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완전 다르다. 중학생이 되면 학교에서 챙겨주는 게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등의 조언을 들었던차라 아들의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시는 일련의 활동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아들의 담임선생님은 영어 담당이시다.

첫날부터 자세한 학급 안내서와 선생님 핸드폰 번호가 적힌 안내장을 주신 선생님

학급 아이들끼리의 좋은 관계를 위해 마니또 활동을 추진해주신 선생님

마니또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바뀌면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게 이끌어주시는 선생님

마니또 초상화 그리기, 마니또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마니또에게 편지쓰고 선물하기 등의 활동을 펼쳐주신 선생님

학급 친목 활동을 위해 동의서를 만들어서 수합해주신 선생님

학급 친목의 날 저녁, 여러가지 단체 활동을 하고 저녁도 먹고 영화도 보여주신 선생님

학급 단톡방에서 종종 필요한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선생님

e알리미를 활용하여 학급 활동 모습의 사진을 올려주시는 선생님

고마운 우리 선생님

 

그런데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요즘 자기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민원을 넣는 분들이 많아서이다.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에게, 공부할 시간 부족하다. 학원에 가야한다. 등의 이유로 민원을 넣으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 말이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적 일이다.

같은 반 여학생의 어머니께서 선생님의 지도 방법에 불만을 토로해, 원장님과 선생님, 학부모들이 모이게 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도 나는 여러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불만이었다.

발단은 한 명이었지만 주관 없이 몰려다니는 몇 몇 사람들로 사건은 커졌고, 매우 비교육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일을 겪어서인지, 너무나 고마운 선생님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는 이 마음.

김현수 정신과 교수는 <과물 부모의 탄생>에서 우리보다 먼저 '괴물 부모'라는 개념이 생긴 일본의 상황을 정리했다.

1. 반복되는 학교 폭력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과 무기력감

2. 학부모의 학벌이 고학력화됨으로써 교사와 학부모 간의 학력 역전 현상

3. 우리 사회가 학벌을 매우 중요시함으로써 학부모의 과한 학습열과 학습에 대한 지나친 자녀 사랑

4. 교원능력개발평가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교육도 서비스화되어 얼마든지 클레임을 걸 수 있다는 인식

 

1. 폭력은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함께 다루어야한다.

폭력을 보고 자란 사람은 폭력에 둔감해진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사회폭력, 따로가 아닌 하나이다.

그런데 인간관계가 디지털화되다보니 실제적인 관계맺기가 아닌 sns상에서의 피상적인 인간관계로 정신적인 충족감이 점점 낮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진짜 대화의 시간을 늘려나가야한다.

 

2. 배웠다는 학부모는 백화점 고객처럼 VIP 대우를 받고 싶어하나보다.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달성되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학벌과 풍부한 돈, 편안한 직업은 비단 자신의 노력으로만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죽도록 노력해도 성취못하는 게 있고, 행운 덕분에 얻게되는 것도 있다.

나의 노력 뿐 아니라 수많은 우연성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느끼면 고개를 숙이게 되려나?

<다시 일어서는 교실>에서 가슴에 콕 박히는 문장이 있다.

'부모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맹신하고 스스로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다른 사람을 하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거나, 그런 신념이 담긴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는 부모처럼 자신의 전능함에 도취된 어른이 된다. 혹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게 마련이다.'

 

3.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

가진 자원이 부족하고, 땅도 넓지 않은 우리나라.

예로부터 유교를 중시하고 과거시험을 봤던 우리나라.

인재를 키워 나라를 발전시키는 우리나라.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학벌을 중시할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사회인 요즘,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좋겠다.

단순히 암기 지식 조금 더 익혀 이름난 대학교에 들어간다고 인생의 앞날이 보장되는 게 아니니말이다.

 

4. 교육에 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교육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교육은 천천히 이루어진다.

교육은 투여한만큼 뽑아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지않은가.

내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디지털교과서가 도입이 된다고 뉴스에 나오던데, 듣기만해도 한숨부터 나온다.

그런 정책을 편 정부 관료는 머리가 있는건가? 생각이 있는건가?

다른 나라에서 하려다 실패한 디지털교과서를 몇 년 늦게 도입해서 우리 아이들 바보로 만들려는 수작인가.

책장을 넘기며 글자를 읽고, 스스로 읽은 글의 내용을 요약하고, 요약한 내용을 보며 아웃폿으로 글을 쓰고 설명하는 일련의 활동을 쌓아가야할 어린이들에게 디지털교과서라니.

지금도 넘쳐나는 동영상과 숏폼.

뇌에 미치는 여러 연구들을 보고도 디지털교과서라니.

 

아들의 담임선생님께서 오래오래 좋은 선생님으로 즐겁게 직업활동을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것저것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