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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어린 소녀의 성장과 함께 인종차별을 다룬 '앵무새 죽이기'

by jutalk 2024. 12. 4.

아들이 물었다.

"앵무새를 왜 죽여?" "진짜 앵무새가 나와?" "제목이 왜 앵무새 죽이기야?"

 

글쎄다... 나도 읽은지 오래되서 잘 모르겠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무렵, 집에 있던 책은 '앵무새 죽이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심판한 나라'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심판한 나라'가 절판되고 같은 내용의 책이 '앵무새 죽이기'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책의 구절 구절이 마음에 들어 두 권을 다 오래전에 읽었으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한 곳 뿐이다.

<진정한 용기란...>으로 시작되는 구절 말이다.

 

오랜만에 다시 들어본 책, '앵무새 죽이기'

성인이 되어 읽어서인지, 새롭게 들어오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인 '하퍼 리'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것도 놀랍다.

처음 출판한 소설책이 이렇게 길고 완성도가 높다니.

전세계적으로 50년 넘게 꾸준히 읽혀온 책인만큼,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생각거리로 다가온 것은

첫째, 글의 주인공이 어린 소녀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오래된(?) 소설의 주인공은 성인 남자이다. 작게는 성인 여자인 경우도 있지만.

어린 소녀가 주인공인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세상의 편견과 떼, 관습에 찌들지 않은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부분이 인상깊다.

이 점은 요새 출판된 '흐르는 강물처럼'과 비슷하다.

소녀가 소설의 주인공이지만 어린 시절을 담을 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담았다는 부분이 다르지만 말이다.

 

둘째,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전반부부터 심각하게 펼쳐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의 빌드업 부분이 꽤 길다.

그래서 여운이 더 오래 남는지도.

이 점은 '왓슨 가족, 버밍햄에 가다'와 비슷하다.

하지만 '왓슨 가족'이 더 코믹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절정 부분도 더 강렬하다.

 

셋째, 제목이 바뀌어 다시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차인표의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처럼 말이다.

'앵무새 죽이기'에도 내가 모르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

 

성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남기고 싶은 구절들이 여러 곳이다.

 

148쪽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읍내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고, 이 군을 대표해서 주 의회에 나갈 수 없고.

너랑 네 오빠에게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다시는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야."

 

애티커스 핀지의 이야기이다.

멋진 어른, 멋진 아빠다.

나도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계속 노력해야지~

 

174쪽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만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어떤 것을 하면 죄가 된다고 아빠가 말씀하시는 걸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디 아줌마에게 여쭤 봤습니다.
"너희 아빠 말씀이 옳아.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책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인 이유.

그런데 놀라운 점은, 아들은 이 책을 읽지도 않고, "나에게 피해를 끼치지도 않은 앵무새를 위협하거나 차별하면 안되니까,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인거 아니야?" 라고 말했다는 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200쪽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이 책에서 멋진 말은 대부분 주인공 아빠의 몫이다.

자식을 바르게 자라게 하려면, 부모 먼저 바른 사람이 되어야하는 법이지.

 

213쪽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은 후 머리에 꽃혔던 문구다.

역시 주인공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

진 것을 이미 알면서도 꼭 해야 하는 것이라면 시작하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

멋진 말이다.

삶에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내 삶을 되돌아봐야겠다.

 

517쪽

아빠의 두 손이 이불을 잡아당겨 내게 덮어 주시느라고 내 턱 밑에 있었습니다.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삶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고, 핵가족화나 1인가족은 늘어가는 현대사회.

마음의 여유가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옆 사람을 잘 보지 못하며 살아간다.

자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다.

 

오랜만에 다시 본 '앵무새 죽이기'

오랜 시간 전세계인에게 사랑받는데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