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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미키 17 -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

by jutalk 2025. 3. 2.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을 관람했다.

포스터는 이 글을 쓰며 제대로 보는 중이다.

눈에 가위표 되어있는 미키는 죽은 미키인가보다.

 

여러 미키들을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 연기 잘하더라.

헐리웃 영화는 때려부수고, 치고 박고, 뿅뿅 날아다니는 게 많아서,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적이 없다.

우리나라 배우(송광호, 이병헌 같은)가 훨씬 더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키를 연기한 패틴슨은 1인 2역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같은 사람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완전 다른 사람이더라.

표정, 동작, 말투가 다르니 다른 인물이 되더라.

 

미키의 여자친구 역을 맡은 나오미 아키에, 잘 모르겠다.

나는 처음본 사람 같더라.

 

미키의 친구 역을 맡은 스티븐 연, 얄밉게 잘 하더라.

적당히 오버하는 표현이 자연스러웠다.

 

바보 대장을 맡은 마크 러팔로, 잘 하더라.

어쩜 그렇게 찰떡같이 바보스럽게 표현하는지, 놀랍더라.

아는 것은 쥐뿔도 없는데 잘난척은 하고 싶고, 자기가 세상 가장 멋진 사람인줄로 착각하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

바보 대장을 더 바보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연출한 것도 참 잘 어울렸다.

 

바보 대장의 부인 역을 맡은 토니 콜렛, 잘 하더라.

두 바보들의 연기가 어찌나 과하고, 익살스럽고, 꼴보기싫던지.

바보 대장의 부인은 바보 대장을 이용만하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 부분에 바보 대장이 죽을 때의 부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데 소름이 끼쳤다.

이용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사랑도 했구나. 싶었다.

 

sf영화인데 어떤 부분은 매우 촌스럽게 표현해서 익살스러움이 살아났다.

 

실망스러운 부분은 외계생명체의 모습이었다.

공벌레처럼 생긴 외계생명체인 크리퍼.

니플하임(새롭게 개척해야 할 얼음행성)의 원주민인 크리퍼.

공벌레처럼 생겨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눈이 있네?

그래서 더 실망스러웠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보면, 외계생명체는 인간과 같은 눈과 귀를 갖고 있지 않았는데, 그래서 멋졌는데말이다.

 

아들에게 크리퍼의 모습이 공벌레 같고, 게다가 사람처럼 눈이 있어서 별로였다고 얘기했더니, 눈보라 때문에 초음파로는 시각이 대체되기 어려우니 눈이 있어야할거라고 한다.

그래???

이런 과학쟁이~

우주 공간에서는 초음파가 눈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눈이 계속 내리는 행성에서는 초음파가 계속 방해를 받아 시각 역할을 하기 어렵다나.

그래서 신경세포들의 집합체인 눈이 필요한거라나 뭐라나.

또한 눈이 몸 속에 있는 것보다 표면에 있는 게 어울린다나 뭐라나~

공벌레처럼 생겼지만 옆으로 회전을 하며 모이기도 하는게 공벌레와 다르다고 구체적인 설명까지^^

알았다~ 아들아~~~

 

그런데 말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났다.

왜일까?

딱히 눈물이 나올만한 자극적인 장면은 없었다.

그런데 그냥 나도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엔딩은 화기애애했는데 말이다.

 

원주민의 대량 살상 없이 함께 지내는 엔딩이라서?

미키가 이제는 단 한 명의 미키로 살게 되어서?

미키가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키워나가는 이야기여서?

멍청한 놈은 망하고 괜찮은 여자가 권력을 가지게 되어서?

우리 사회도 어서 안정을 찾고 훌륭한 대표자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모르겠다.

왜 눈물이 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