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는 없지만 초등학교 다닐 때 피아노를 배우면 왠지 손가락 소근육 운동을 활발하게 하게 되어 뇌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조금 오래 다니다보면 듣기 좋은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게 되어 음악적 감각도 키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100세 인생, 오랜 기간을 살며 음악을 가까이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피아노학원을 보내려고 했다.
(더 어릴 때는 손가락의 길이 때문에 별로일 것 같고, 뭔가 악보라도 좀 보면서 선생님 설명을 듣고 연습할 수 있는 나이가 초등 3학년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코로나19가 빵~
다들 격리에 들어갔다.
초등 3학년의 피아노 학원 계획은 물건너갔다.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1년이라도 음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1주일 정도의 시간을 잡아 피아노학원 6곳을 가보았다.
1.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피아노학원 2곳
2. 집에서 가까운 피아노학원 2곳
3. 자전거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있는 유명하고 비싼 곳
4. 자전거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있는 유명하진 않지만, 소개글이 마음에 들었던 곳
1차 방문 결과
1. 두 곳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점은 학교 바로 앞이라, 학교 끝나고 아무때나 갈 수 있다는 점. 한 곳은 피아노학원인데도 매우 다양한 악기 활동과, 발표회 같은 것을 학원 안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곳이었다. 다른 한 곳은 너무 어린 아이들만 있어서 6학년인 아들이 다니기엔 좀 민망할 것 같은^^:;
2. 두 곳 중에 한 곳이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 전공도 마음에 들었고, 피아노 학원을 처음 접하는 것치곤 나이가 많은 아들에게 적합한 교재로 진도를 나갈 것 같았다. 다른 한 곳도 나쁘지 않았다.
3. 이 곳을 다니면 음악에 대해 뭔가 더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될까? 가격은 다른 피아노 학원에 비해 5배는 되는 것 같은데... 설명을 들은 내용은 마음에 들었지만, '가격대비 훌륭한 커리큘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다녀본 곳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 전공도, 환경도, 시간을 정해서 20분 한 학생만 지도하는 교육방법도,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아들과 세 곳을 함께 가보기로 했다.
아들이 결정한 피아노학원은 4번. (교묘한 나의 말에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6학년이 되어 4월 정도부터 다니던 피아노학원은 중학교 1학년인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피아노 학원 선생님 덕분에 음악회도 다녀왔다.
(토요일에 학원생들 몇 명 데리고 음악회에 다녀오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번엔 선생님 덕분에 나도 음악회에 다녀왔다.
우리에게 만프레드 호네크 음악회 초대장을 2장 주신 덕분이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음악회.
선생님께서는 큰 음악회에서 음악을 듣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하시면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셨다.
자상하고 세심하시기까지~
정말 오랜만에 가 본 예술의 전당
초대권이라 좌석이 좋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심지어 좌석도 좋다.
오케스트라가 두 곡을 연주했는데, 둘 다 좋았다.
한 곡은 처음 듣는 곡, 한 곡은 부분 부분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은 곡이었다.
연주자가 이렇게 많은 오케스트라 공연도 처음이었다.
40분 정도 첫 곡이 끝난 후, 15분 정도 쉬는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에 아들은 여기저기 구경하고 더니며 즐기는 모습~
두번째 곡은 1시간 정도로 첫번째 곡보다 더 길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교류를 보는 모습.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 관람 후 밖으로 나와 탁 트인 하늘을 보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
바로 옆에 있는 <담> 한정식 집에서 밥을 먹었다.
나는 '아보카도 명란비빔밥 정식'을 아들은 '보쌈 정식'을 먹었다.
야채도 깨끗하고 달큰하니 맛있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피아노 학원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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